말레이시아에서 온 나나 학우

  • 529호
  • 기사입력 2023.12.08
  • 취재 이윤서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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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온 나나(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21) 학우는 더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엔지니어의 꿈을 그린다. 한국에서 첫 타지 생활을 한 지 4년이 다 돼가는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유학은 계획조차 없었던 나나 학우가 어떻게 성균관대학교에 오게 되었을지, 용기 가득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고향을 소개해 주세요.

풍부한 문화를 자랑하는 말레이시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그리고 원주민들이 공존하는 다문화 국가로 유명한데, 이들은 전통, 언어, 요리와 종교의 다양성에 기여해요. 우선 언어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말레이시아의 공식 언어는 말레이(Malay)지만 영어도 널리 쓰이며 중국인과 인도인 공동체로 인해 표준 중국어와 타밀어도 사용해요. 그러다 보니 3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은 꽤 흔합니다. 


음식은 퓨전 요리가 유명한 편이고 나시 르막, 로티 차나이, 사태, 락사와 같은 요리들이 인기가 많아요. 길거리 음식이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야시장에서 맛있는 간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이드 알 피트르, 춘절, 디파발리, 크리스마스와 같이 다양성을 잘 반영하는 여러 축제도 개최해요. 지리학적으로는 멋진 우림, 아름다운 바다, 산악 지대, 유적지, 현대적인 도시와 같은 다양한 풍경을 자랑해요. 만약 여행을 온다면 자신의 선호에 따라 완벽한 여행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바투 동굴, 쿠알라룸푸르, 키나발루산, 코타키나발루, 조지타운, 페낭, 랑카위, 보르네오 섬의 야생 동식물이 풍부한 우림을 포함하여 다채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어요.


| 한국에 오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꿈꿔본 적이 없어요. 유학은 제 계획에 있지도 않은 일이었죠. 중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장학금 신청을 했지만, 면접을 통과하고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하지만 운이 좋게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한국이 기술 발전을 이끄는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여 한국에서 공학을 공부하기로 했어요. 2020년 2월 처음으로 한국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 한국에서 여행을 해본 적이 있나요?

강릉, 속초, 부산과 제주도를 가봤어요. 올여름에 5명의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를 갔다 왔는데 한국의 다른 지역들과는 색다른 느낌에 놀랐어요. 편안함,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크게 느껴졌고 힐링이 되는 여행이었어요. 다행히 날씨도 좋아서 4박 5일의 시간 동안 수많은 명소를 방문했어요. 특히 제주도 옆에 위치한 우도를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겨울의 제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서 올겨울에 다시 여행 갈 생각도 있어요. 눈으로 덮인 한라산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더라고요.


| 성균관대학교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교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제게 성대는 1지망 학교였어요.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학교의 졸업 가운 때문이었어요. 독특한 졸업 가운이 눈에 띄었고 ‘나도 나중에 저 가운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면, 성대 공과대학은 한국의 공학 기술 교육을 선도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엔지니어를 기르기 위한 최첨단 기술 및 트렌드에 집중하는, 연구 중심의 종합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거든요. 이러한 점이 성대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었고 당연히 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 화학공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알고 싶어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에 열정이 있어요. 전공 공부를 하면서 긴급한 환경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스킬과 지식을 배울 수 있어요.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 오염 관리, 재생 가능한 에너지 기술의 적용을 통해 여러 산업의 부정적인 환경적 영향들을 줄이는 혁신적인 해결책 마련에 기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더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요.


|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 학기에 ‘교양플로어볼’이라는 1학점짜리 교양을 수강했어요.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가 같이 듣자고 설득해서 수강하게 되었어요. 운동을 안 한 지 오래돼서 처음에는 꽤 힘들었는데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즐거워하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김세웅 교수님은 저희를 친절하게 대해 주셨고 플로어볼의 인과 아웃을 차분히 가르쳐 주시면서 재미있는 수업 분위기를 만드셨어요. 이 수업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도 만들었답니다.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강의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수강했던 수업 중 제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강의입니다. 학우분들에게 진심으로 이 강의를 추천하고 싶어요. 물론 신체적으로는 약간 힘들 수 있지만요. (웃음)


| 앞으로의 계획 또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졸업 후 말레이시아로 돌아가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를 쌓을 생각이에요. 긴 시간 동안 고향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말레이시아가 그립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더라고요. 최대한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기도 해요.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아본 게 한국인데, 이 경험을 통해 여행과 새로운 장소 탐방에 대한 제 사랑을 깨닫게 되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국내 여행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아시아, 유럽, 가능하다면 7개의 대륙 모두를 가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타지에서 공부하며 얻은 소중한 교훈 중 하나는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벗어나라는 것이에요.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타지에서 산다는 것은 제게 정말 새로운 일이에요. 불편함을 직면하고 저의 결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도 분명히 있었어요. 서툰 한국어 실력으로 인해 음식을 주문할 때, 한국인 팀원들과 소통할 때, 은행에서 일을 처리할 때 어려움을 겪고는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이 모든 것들을 더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상황은 점차 나아졌어요. 정말 많은 용기를 끄집어냈죠. 이제는 컴포트 존 밖에 서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실수는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지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은 딱 한 번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기회는 지금 나의 인생에만 주어진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다른 인생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