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자세를 견지한다<br> 레이첼 이브 클라렌스 학우

배움의 자세를 견지한다
레이첼 이브 클라렌스 학우

  • 326호
  • 기사입력 2015.06.28
  • 취재 김나현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 조회수 10405

 레이첼 이브 클라렌스(이하 레이첼)학우는 화학 공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현재 4학년으로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그녀는 어떤 이유로 성균관에서의 배움을 자청한 것일까? 같은 아시아라도 이질적인 문화권인 우리나라에 오면서 겪은 레이첼의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던 그녀의 구체적인 경험들을 들어보자.

 한국에서 유난히 공학대학 속 여성비율이 적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레이첼은 흔치 않은 공대 여학우인 셈이다. 그녀가 선택한 전공에 대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이 전공을 골랐을 즈음에는 제가 꽤 세상물정을 모르던 편이었어요.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때고, 저는 사회에서의 다양한 종류의 직업들에 대해 노출되지 않은 편이었죠. 제가 화학(Chemistry)과목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어요. 다만 공학(Engineering)이란 분야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 아는 것이 없었어요. 아시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학벌을 의사나 엔지니어로 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인인 저로서는 화학 공학으로 마음을 정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화학’을 좋아했고 ‘공학’이라는 분야도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또한 ‘화학공학’이란 학문이 어느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적용할 수 있는 발이 넓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제가 재학생 신분으로 학업과 병행하면서 여러 군데서 일 할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죠.” “제 전공의 매력은 ‘화학’ 그 자체입니다. 화학이나 화학공학을 배우면서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들과 조사들이 매우 인상 깊거든요.”

 레이첼은 한국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가까우면 가깝고 멀다면 먼 동남아시아에서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옮겨 대학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가 그녀를 이곳으로 이끈 걸까?

 "이 말이 되게 철없이 들릴지 몰라도, 저는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한국드라마를 같이 보곤 했어요. 그 이후 이를테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국가시험을 치고 결과를 받았을 때 저는 어쩌면 '한국에 있는 대학에 지원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지원서를 한국의 대학에 넣어보게 되었고, 그 결과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에 합격해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그녀가 신입생으로 우리나라에 발을 디딘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한국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받은 인상은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고 빨라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빨리빨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그 예시겠죠? 그 이후 제 한국생활은 굉장히 '교훈적'이었어요. 매일 저는 '겉을 보고 속을 판단하지 말라'는 격언을 되새겼습니다. 한국은 제가 처음으로 여행한 나라에요. 어림잡아 계산했을 때 한국에 4년을 살았네요. 저는 제 주변 환경에 꽤 적응한 것 같아요. 음식, 언어, 그리고 한국을 여행하는 것은 저에게 더 이상 문제없습니다.

 레이첼에게 4년의 시간은 한국을 경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한국에서 적응하기 힘들었거나, 불편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 사람들이 듣기에는 장점으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은 제게 '한국인처럼 보인다'는 말을 합니다. 언어가 평소 의사소통에 있어서 제게 별다른 불편한 점을 주지 않았지만, 때때로 한국의 문화나 관습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제가 가끔 한국적 정서나 관습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제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 아가씨가 왜 이러나'라는 표정을 하고 저를 바라보더군요.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처럼 생긴 외국인과 내국인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도 볼 수 있어요. 언제나 편견이 존재했습니다. 때때로 그것이 제 기분을 상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한국어를 더 잘해야겠다고 의지를 북돋아주기도 해요.

 레이첼은 그녀의 고향인 말레이시아와 달리 한국에서 겪은 문화적 차이를 얘기해주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은 음주 문화가 달라요. 한국에서 나이든 사람들과 술을 마실 때는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돌려서 마시더군요. 그 점이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대중교통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공식적, 비공식적 인사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다른 점이 와 닿아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는 존댓말로 매끄러운 대화를 하는 게 아직도 어렵습니다. 저보다 연장자거나 높은 위치에 계신 분들을 기다려야 할 때나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면서 말을 끊어야 할 때마다 대부분 제가 제 의견을 말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거든요.

 이제 그녀는 4학년으로 학교생활을 마무리지어간다. 그녀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매일 후회 없는 발걸음을 내딛으려고 해요. 옛말에 이런 말이 있죠. ‘지금 힘들게 고생하고 몸부림쳐라, 그렇다면 후에 한결 쉬워진다’. 저는 이것이 제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생은 여행입니다. 힘들게 올라야 하는 종착지가 아니거든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지금 고군분투하는 것은 당신으로 하여금 당장 살아가는 인생을 진정으로 누리게 만들지 않아요. 결국에는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게 돼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매 순간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배움의 자세를 견지한 그녀에게 앞으로의 생활은 분명 만족스러울 것이란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