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유일 라틴계 미국인 <br>교수, 에릭 피게로아

교내 유일 라틴계 미국인
교수, 에릭 피게로아

  • 360호
  • 기사입력 2016.11.29
  • 취재 이서영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10138


우리학교에는 영어쓰기, 영어발표를 가르치는 많은 외국인 교수들이 있다. 그리고 올해 여러 외국인 교수들을 만나보았다. “저는 우리학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유일한 라틴계 미국인인 교수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하는 오늘의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매력 있다고 추천한 에릭 피게로아 교수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저희 부모님들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셨어요. 그러다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하셨죠. 이런 부모님 아래서 자란 저는 영어, 스페인어를 구사할 줄 알아요.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즐거워요.” 다양한 문화를 많이 접한 에릭, 그는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저는 뉴욕에서 자라서 다양한 민족들과 문화들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어요. 세계 각국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고 그들의 이야기들은 저에게 세계를 탐구하고 싶은 흥미가 생기게끔 했죠. 영문학 학위와 함께 대학을 졸업하고 저는 미국에 남아 출판사에서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외국으로 나가 일을 할 것인지 고민했어요. 동부 유럽, 라틴 아메리카, 동부 및 남부 아시아 중에서 어디서 영어를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려하던 중 동부 아시아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저의 문화적 배경과는 굉장히 다른 곳이기 때문이었죠. 일본과 한국 회사들로부터 인터뷰를 본 후, 안양에 있는 작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어요. 이 기회로 2003년 처음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한국에 오게 된 에릭, 그가 어떤 것을 느꼈는지 물어보았다. “첫 한국의 이미지는 수많은 빌딩이 있는 작은 나라였어요. 서울과 그 주변 지역들은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저희 고향과 꽤 비슷하죠. 저는 이 곳의 지하철과 버스 시스템을 굉장히 좋아해요. 집으로 돌아가면 항상 친구들에게 칭찬하는 것 중 하나에요. 공항 또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죠.” 그도 한국에서 생활한 첫 해는 힘들었다고 한다. “제 근무 환경은 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1년 계약이 끝날 때까지 저는 여러 번 미국에 돌아가는 것을 고려했죠. 그러나 점차적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친구를 만들고 한국어를 배우는 것에 흥미를 붙였죠. 계약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출판 업체에서 2년 동안 일했어요. 일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한국 생활 중 느꼈던 즐거움이 항상 그리웠어요. 특히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2년만 지내다가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점점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졌고 한국에 계속 지내게 되었죠. 벌써 이 곳에 다시 온 지 10년이 지났는데, 한국은 어디를 가든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사이에서 다른 음식, 다른 방언 등의 차이점을 찾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것 같아요.”

그에게도 한국 생활의 어려움은 있었다. “저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외국인이라 다르게 대접받는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가장 불편했던 점은 ‘외국인은 방문객이다’라는 한국인들의 인식이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11년 넘게 한국에 살았어도 아직까지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해요’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요. 아마 많은 교육받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살면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새롭고 생소한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생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텔레비전 광고들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광고 속에서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주로 한국인들이 나오죠. 한국인들이 아니더라도 주로 백인들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점이 광고를 봤을 때 가장 큰 차이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도 TV와 관계가 있다. 그는 외국인이라는 점이 TV에 나가고, 뉴스 기사에 올라가거나 셀러브리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처음 그가 우리 학교를 알게 된 것은 한국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덕분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친구를 통해 다시 우리 학교에 대해 알게 되었고, 2012년 이 곳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는 외국인 교수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직장 중 하나가 우리 학교라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로 뽑힌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교수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 처음에는 완벽한 교수의 모습을 제 마음속에 그리고 그렇게 되고자 했어요. 그러나 완벽한 교수는 사실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저는 제가 착하고, 긍정적이고, 공정함을 위해 노력하는 교수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학생들이 그 반대의 경우도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그 기회를 통해 사회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을 미리 겪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리 배우는 경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요. 저는 실패도 자기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대로 우리는 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맛보겠지만, 비록 실패와 마주하게 되더라도 그 실패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