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Today! <br>Pauline Filloux 학우

Enjoy Today!
Pauline Filloux 학우

  • 367호
  • 기사입력 2017.03.13
  • 취재 이종윤 기자
  • 편집 최재영 기자
  • 조회수 7295

짧은 만남에도 긴 여운을 남기는 사람이 있다.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 만난 폴린 학우가 그렇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상대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그녀. 폴린에게 한국과 성균관대학교는 어떤 의미일까.

폴린은 프랑스에서 온 교환학생이다. 한국에 온 지 이제 반 년. 아직 이 곳이 낯설거나 불편하지 않을까. “한국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예전부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거든요. 한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의사소통도 가능했어요. 한국은 제 예상보다 훨씬 좋은 곳이에요. 사회 곳곳에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배어있어요. 길을 걸으면 영어를 못하는 노인 분들도 반갑게 말을 걸어주세요. 혼잡한 아침 지하철이 조용한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어요.”

그녀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컸다. “한국을 사랑하는 첫 번째 이유는 언어예요. 한국어는 마치 노래 같아요. 유럽과 다르다는 것도 매력이에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사람과 유럽 사람이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한국 사람들은 예의를 중요시해서 때로 사실을 말하기보다 선의의 거짓말을 하죠. 부모 자식 간의 유대도 유럽보다 끈끈해요. 유럽은 좀 더 독립적인 분위기예요. 사고방식이 다른 사회라서 더 관심이 갔어요. 두 나라의 식문화도 많이 달라요. 저는 한국 음식을 좋아해요. 부대찌개나 김치찌개 같은 매운 음식도 잘 먹어요. 특히 비빔밥은 매일 먹을 수 있을 정도예요. 한국은 매력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프랑스 대학교에서 특이한 과를 전공했어요. 프랑스와 영어권 나라의 경영 체계를 다루면서 한국어와 한국의 경영 체계도 함께 배웠어요. 한국에 관한 수업을 듣다보니 한국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죠. 사실 처음부터 한국과 인연이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원래 의학을 전공했거든요. 공부의 양이 방대했어요. 몇 년씩이나 주말도 없이 매일 공부할 것 같았어요. 제 스타일이 아니었죠. 공부를 쉬고 몇 달 동안 여행을 떠났어요. 돌아와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죠. 좋은 선택이었어요.”

한국에서도 그녀는 이곳저곳을 누볐다. “제주도, 부산, 여주, 전주, 목포, 인천, 안성, 강릉, 속초에 가 봤어요. 특히 여수가 아름다웠어요. 노래 ‘여수 밤바다’가 좋아서 간 곳이었거든요. 전주는 겨울에 가서 아쉽게도 한복을 못 입었어요. 비빔밥이 맛있어서 위로가 되었어요.” 여행에 얽힌 일화도 풀어냈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두 가지예요. 유럽이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죠. 부산에 갔을 때였어요. 경찰에게 게스트 하우스 가는 길을 물어봤어요. 그 경찰 분은 경찰차로 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줬죠. 경찰차를 타는 경험이 흔치 않잖아요. 신기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죠. 어느 날은 작은 동네를 둘러보고 있었어요. 그 때 스님 한 분을 만났어요. 스님은 절에 저를 흔쾌히 초대해 다과를 대접해 주셨어요. 다른 스님들이 선물도 주셨죠.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성균관대학교를 처음 접했다는 그녀. “지금도 가끔 성균관의 옛 건물들을 둘러봐요. 기숙사와 가까워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가요. 한국에서는 옛것과 현대의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죠. 성균관대학교도 그래서 더 아름다워요.”

폴린은 성균관대학교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어요. 한 주에만 30시간이에요. 한국어 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보다 좀 더 바빠요. 영어 토론과 쓰기 수업에도 참여하고 있죠. 지난 학기에는 경영과 관련된 수업들도 수강했어요.” 수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수업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어서 기뻐요. 프랑스에서는 수업을 프랑스어로 진행해서 아쉬웠어요. 이제야 진짜로 배우는 느낌이에요. 이번 학기가 지나면 박사과정을 밟고 싶어요. 한국학을 전공할 생각이에요. 한국의 역사에 많은 관심이 생겼어요. 아직 역사책을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지만요.” 그녀는 학업 이외의 부분에서도 열의 넘치는 대학생이다. “많은 것들을 해 볼 거예요. 지난 설에는 연탄 나눔 봉사에 참가했어요. 프랑스에서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었죠. 성균관대학교 이름이 박힌 야구점퍼도 제작했답니다.”

그녀는 아직 성균관대학교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프랑스의 대학교에서는 동아리가 활발하지 않아요. 이번 학기에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고 싶어요. 다만 한국 친구들이 저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지난 학기에 여행 동아리에 이름을 적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한국인 친구보다 중국인 친구들이 더 많고요. 한국을 체험하러 온 만큼 많은 친구들이 거리낌 없이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한강에서 치맥하고 싶어요.”

열성적인 학교생활만큼 취미생활도 다양하다. “제 가장 큰 취미는 사진 촬영이에요. 수업이 없으면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요. 주로 풍경 사진을 찍어요. 등산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부모님이 알프스에 사시거든요. 한국에 오니 산이 많아서 좋아요. 봄이 오면 매주 등산을 갈 거예요. 한국 드라마도 여전히 즐겨 봐요. 많은 드라마를 보지만 사극이 제일 좋아요. 특히 추노와 기황후를 재미있게 봤어요. 요즘은 공유의 영화에 빠져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제가 하는 일에 항상 행복을 느끼고 싶어요. 오늘 하는 일에 행복하다면 바랄 것이 없어요.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있다면 더 좋겠죠. 한국 친구들은 의대를 그만두었다는 제 이야기에 다들 의아한 반응을 보여요. 하지만 저는 그 당시 제 생활에 만족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오늘을 즐길 거예요. 오늘도 집에 가서 과제를 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행복을 만끽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