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온 휴고 로드리그 교수

  • 428호
  • 기사입력 2019.09.28
  • 취재 권은서 기자
  • 편집 심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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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온 휴고 로드리그라고 합니다. 2016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 조교수를 맡고 있고,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 길을 찾다


익숙한 곳을 떠나 모든 것이 새로운 곳에서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로드리그 교수는 어떤 계기로 본국인 캐나다가 아닌 한국에서 교수직을 맡게 되었을까.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본국인 캐나다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로봇 설계(robotic design)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전 세계 대학들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이후 많은 한국 대학교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몇 대학을 추려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한국 교수 중 한 명이 비교적 최근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바로 제 흥미를 자극했습니다. 학업을 시작하기 전, 1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면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한 한국정부장학프로그램(KGSP)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국어인 프랑스어, 제2외국어 영어 외에 제3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제 장래를 위한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였죠. 심지어 저는 로봇 설계 분야 중 제 관심사와 완벽히 일치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조언자를 찾았습니다. 그 순간 학계에서 저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어요.”


대학원 진학을 위해 온 한국이었지만 로드리그 교수는 8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났기 때문이다. “어학원에서 1년을 보낸 후, 형상기억합금 기반의 소프트 로보틱스(shape memory alloy-based soft robotics)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안성훈 교수의 지도 아래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시작했습니다. 3년 후에 졸업했고, 이 기간에 제 약혼자를 만났습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정말 즐거웠고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 이곳에서 경력을 이어갈 기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그렇게 정착해 이어가게 된 한국에서의 삶. 로드리그 교수는 한국에서의 삶이 무척이나 즐겁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의 한국 생활을 즐겁게 했는지 물어보았다. “이른 아침이든 늦은 밤이든, 거리는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삶’으로 가득 차 있어요. 한국에서는 시장, 편의점, 식당 등등… 활발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캐나다는 거리가 빈번하게 비어있곤 하고, 캐나다의 밤은 한국의 밤처럼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루 중 어느 때라도 해야 할 일이 생기고는 하죠. 하고 싶을 때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모든 곳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한국에서의 삶을 사랑합니다.”


햇빛이 들면 그림자가 지고 행복한 일이 있으면 힘들거나 슬픈 일도 있기 마련이다. 로드리그 교수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이곳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한국어를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 힘이 드네요. 수업 준비와 연구실 관리로 바쁜 와중에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한국에서의 삶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압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제 자신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성균관대학교에서의 생활, 꿈을 펼치다

로드리그 교수의 전공인 기계공학이란 기초과학에서 연구된 물리적 현상이나 화학적 현상을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여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응용과학의 한 분야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재료역학, 재료학, 기계역학, 기구학, 유체역학, 열역학 등의 기초분야에서 시작해 응용적 분야인 기계설계, 기계공작법 등으로 뻗어 나가 학문의 넓이와 깊이는 굉장히 방대하다. 그가 연구하는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는 기계공학이라는 큰 줄기에서 뻗어 나온 많은 가지들 중 하나다. 그렇다면 로드리그 교수가 생각하는 큰 줄기, 기계공학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기계 공학은 다른 다양한 분야에도 접목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한 공학 분야입니다. 이론적일 수도 있고, 전적으로 수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응용할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누군가는 제가 관심있는 것과 정반대의 것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이 기계공학이라 서로의 연구가 연결되고 협력할 방법은 항상 존재합니다.”


기계공학에 대한 사랑은 소프트 로보틱스라는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졌고, 그는 교수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로드리그 교수는 2016년 3월 성균관대학교의 부교수로 부임하게 되었다. 박사 과정 지도 교수님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가 국내 최고의 대학 중 하나라는 말에 설득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오게 된 성균관대학교는 그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성균관대학교에는 능력 있는 교수들과 재능 있는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학생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며, 어떤 도전에도 대처할 수 있는 환상적인 연구팀을 만들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기계 공학과에는 로봇 공학 연구 센터(RERC)에서 연구하는 많은 교수들이 있어서 연구팀을 구성해서 협력할 수 있습니다. SKKU는 소프트 로보틱스 공학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장소이죠.”


이젠 로드리그 교수가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SKKU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그는 ‘학생들’이라고 대답했다.


“학생들의 영민함이죠. 학생들과 연구에 대해 토론할 때마다 새삼 느끼곤 합니다. 무언가가 갑자기 학생들의 머릿 속에서 ’반짝’하고 스치면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의 중요성과 그것이 그 분야의 다른 것들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이해하곤 하죠. 마치 조각 그림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놓은 것처럼요. 바로 제 직업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교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학생들의 영민함이라고 했을 만큼 로드리그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그가 기계 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직에 만족하거나 성취감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학생들이 간단한 아이디어를 모델링하고, 조정하여 실제 세계에서 적용가능한 복잡한 공학 시스템으로 바꾸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참 가슴 벅찬 일입니다. 학생들이 습득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주어 지금까지 배운 것의 의미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이죠. 그럴 때마다 저는 엔지니어로서, 과학자로서의 그들의 능력을 느끼고는 합니다.”

로드리그 교수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의 생활과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재차 말했다.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그들을 좋은 회사나 연구소에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사회에 나가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해 나가는 동시에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 나갔다.

“지금까지 주로 기계 시스템을 다루었고, 엔지니어링 원리에 기반하여 향상된 기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연구해왔어요. 저는 이와 같은 원리들이 생물학적 시스템에 사용될 수 있다고 믿어요. 살아있는 세포와 조직을 이용하여 생물 수소 로봇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와 저의 제자들이 기계 로봇과 살아있는 로봇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연구해 온 원리를 이용해서요.”


로드리그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본교에는 천 명이 넘는 교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교수들을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선생으로만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들마다 독특한 연구 분야가 있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교수들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알고 흥미 있는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민한 우리 학생들이니까요. 또 이것이 성균관대학교 같이 큰 학교의 장점 중 하나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