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온 왕려군 학우

  • 478호
  • 기사입력 2021.10.28
  • 취재 김나연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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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단풍과 은행,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도 있을 것이고 독서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책의 향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너무나도 일찍 찾아온 한파 속에 단풍과 은행은 커녕 겨울 옷을 꺼내기 바쁘다. 비록 닥쳐오는 시험과 과제와 추위 때문에 행복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얘기만 나눠봐도 지적 향기가 풍겨오는 학우가 있다. 이번 10월 외국인의 성대생활 주인공은 동아시아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중인 왕려군 학우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왕려군(WANGLIJUN)입니다. 중국 삼국지의 유명한 장수 관우 장군이 지켰던 형주에서 왔습니다. 나이는 24세이고, 장시성(江西省) 난창대학교[南昌大學] 철학과를 졸업했어요. 평소에 외국어 공부를 좋아해서 대학 시절 독일어도 전공했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그곳의 정취와 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틈틈이 꽃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국에 와서 계절에 맞게 다양한 꽃을 키웠습니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여행가기 조심스러울 때에는 꽃을 보면서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곤 해요.


♠ 학우님의 고향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려요.

제가 태어난 형주는 관우 장군이 여전히 살아있는 듯한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인데요. 성 안쪽은 고택이 많이 남아있고 특별히 성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 이곳에 가면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습니다.


형주는 장강이 흘러가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물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매우 많아요. 그중에서 위까오(魚糕)라는 물고기로 만든 떡 음식이 있는데, 주(周)나라 시절부터 만들어 먹었다고 해요. 이 음식은 손이 많이 가지만 부드러운 식감으로 고소한 맛이 있어요. 간식으로는 쿼쿠이(锅盔)가 있는데,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야채로 만든 소를 넣어서 평평하게 두들겨 화덕에 구워서 먹는 요리입니다. 화덕에 구워 겉은 바삭하지만 속의 고기와 야채는 촉촉하여 출출할 때 간식으로 좋아요. 중국은 땅이 매우 넓어서 여행 할 때 특정 장소를 골라서 가는 것이 대부분일텐데요. 역사적 발자취를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형주를 가보는 걸 추천드려요.





♠ 성대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떤가요.

2017년 중국에서 대학 다닐 때 한국과의 유교 철학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했어요. 장소는 전라북도 순창의 ‘훈몽재’인데 이곳은 조선시대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선생의 강학당을 복원한 곳이에요. 이곳에서 일주일 간 ‘유교 철학과 문화’를 주제로 배우고 토론하며 중국 철학뿐만 아니라 한국 철학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훈몽재 산장이신 고당 김충호 선생님께서 예부터 지켜오던 유학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이를 계기로 귀국하여 혼자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에 유학을 가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고 싶었고, 이를 계기로 성균관대학교에 오게 됐어요.


제 전공은 동양미학이에요. 저는 평소에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이 직면한 문제와 한계점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이 시대에 철저하게 사람을 중심으로 사유하고 연구하면서 실천하는 유교 문화의 동아시아 미학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 앞에서 피폐해진 마음이 좀 평화로워질 것이라 생각해서 동양미학을 전공하게 됐네요.




♠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은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인가요.

동아시아학술원은 기존의 학문 분류 체계를 고수하지 않고, 통합학문적 연구를 통해 연구와 교육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21세기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될 동아시아 문화를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는 곳입니다. 연구와 교육을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학문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모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요. 


동아시아학술원 산하에는 한국학 중심의 인문학 분야를 연구하는 대동문화연구원(大東文化硏究院), 유교문화연구소(儒敎文化硏究所), 성균중국연구소, 그리고 서베이리서치센터(SRC)가 있으며, 자료정보센터로 존경각(尊經閣)을 두고 있어요. 다양한 교수님들의 강좌와 외국어강의가 개설되어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학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고 있고요. 어렵겠지만 한 마디로 정의를 하자면 기존의 관점이 아닌, 새롭고 유연한 시각으로 동아시아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학술원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국에서 대학교 철학과와 순창 훈몽재를 통해 한국 유학을 생각하던 중, 유학사상을 기반으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전통 문화와 현대 문제를 연구하는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이 있는 것을 알았어요. 특히 고대와 중세, 뿐만 아니라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문학 등의 교육과정이 매우 흥미로웠고, 지식 면에서 더욱 성장하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 학우님의 학술적 관심사항과 현재 진행하고 계신 연구는 무엇인가요.

저는 ‘아름다움’이 사람의 마음도 착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훈몽재에서 전통 방식으로 공부하면서 하서 김인후 선생님이 쓰신 글과 시를 본 적이 있는데요. 시는 ‘자연가(自然歌)’인데, 푸른 산, 푸른 물도 자연이고 인간도 자연이니 우리 모두 자연스럽게 어울리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름다운 시를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넓어져요. 조선시대 유학자의 시와 문장 그리고 서화를 보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요. 이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을 동양서화를 통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요. 그렇기에 전 현재 동양미학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중국 송대 문인 미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 졸업 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동아시아학과 석사 졸업 후 이어 박사과정에 진학하려고 합니다. 박사를 졸업하면 해외의 동아시아학 연구소의 박사후 과정에 가서 성균관대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더 넓은 시각과 사유로 동양 미학과 한국 미학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우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논어에 보면, 공자께서 냇가에 계실 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어요.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는구나.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시간은 강물처럼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어요. 지금 이 순간, 성균관대학교에 있는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외부의 어려움에 흔들리지 말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힘내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