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에서 온 루슬란 자프레 학우

  • 402호
  • 기사입력 2018.08.24
  • 취재 이희영 기자
  • 편집 양윤식 기자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 취재한 학우는 요르단에서 온 루슬란 자프레 학우이다. 공학을 공부하며 세상을 더 깊이 바라보고자 하는 루슬란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 이름은 루슬란 자프레입니다. 저는 요르단과 우크라이나 혼혈이에요. 제 삶의 대부분을 요르단에서 보냈긴 하지만요. 요르단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녔거든요. 나이는 스물한 살이지만 사람들은 제가 더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웃음). 모든 스포츠, 특히 축구와 테니스를 좋아하지만 사실 운동 신경은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취미로 음악 프로듀싱을 해요. 음악은 제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예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서 저만의 소리를 만들고, 저의 생각과 감정에 알맞게 그 소리 들을 조합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그의 성격은 성찰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을 통해 만들어진 것 같다. “저는 주위에 있으면 지루해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주목받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하지만 전 지적인 것, 정치적, 종교적인 것, 윤리적인 것, 아니면 깊고 심오한 것을 토론하는 건 정말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죠.”


루슬란 학우가 한국에 오기까지는 긴 사연이 있었다.


“한국에 온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상당히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었어요. 제 성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어느 대학이든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수 있었죠. 입학 허가를 이미 받은, 평판이 좋은 국내 대학교도 꽤 있었고요. 하지만 전 제 삶을 위해서라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경험은 제 경력과 삶을 더 멋지게 해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죠. 그래서 학교를 결정하기 전,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오랜 이야기를 하고 나서 1년을 쉬었어요. 그 시간 동안 공부나 일, 또는 둘 다 할 수 있는 어딘가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한국이나 중국, 또는 일본 같은 동아시아 국가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는 것은 유럽 국가보다 훨씬 어려울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독일에서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고, 한 달 동안 학원에 다니며 막연하게 독일어를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이 저를 설득했어요. 학문적으로 많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이점을 주는 장학 제도를 찾아보라고요. 그래서 찾은 게 정부 초청 장학생 제도였습니다. 이것이 학생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치밀한 환경에서 공부할 특별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내 이 제도 덕분에 학사 학위를 취득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전 이곳에서 친절한 친구들과 함께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기억과 경험을 만들고 있답니다.”



루슬란 학우가 한국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어렸을 때 제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이라곤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모든 분야에서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나라라는 것뿐이었어요. 이곳에서 3년 정도 지내고 나니 그게 정말 사실이라는 걸 알겠더군요. 하지만 그것 말고도 한국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세련된 나라이며, 한국 사람들, 그리고 서로 다른 공동체 속 사람들과 소통하며 발견할 수 있는 좋고 나쁜 인상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한국에 온 전후로, 그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한국에 대해 가진 첫인상을 묘사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건 제가 나라와 사회, 인구와 심지어 지리적 정보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했기 때문인것 같아요. 하지만 세계 전체, 특히 중동에 큰 영향을 미쳤던 케이팝 및 연예 산업의 인기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고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지만, 예전의 제게는 모든 한국인이 언제나 완벽해 보인다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 생각이 저를 굉장히 괴롭게 만들었죠. 스크린과 인터넷에 나타난 모습이 가공되지 않은 완벽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생각 때문에 의식적으로든, 잠재 의식적으로든 열등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니 한 나라이자 사회로서의 한국은 TV나 인터넷 속의 아이돌 가수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더군요.”


한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묻자, 루슬란 학우는 진지하게 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지금까지의 한국에서의 생활은 정말 완벽해요. 한국 사람들도 완벽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인터뷰를 읽는 한국인 독자분들에게 잘 보이려는 건 아닙니다(웃음). 한국 사회는 사람들, 특히 노인들에 대한 존경과 존중에 단단히 기반을 두어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분위기가 한국의 어느 곳에서나,  언제나 느껴지죠.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삶, 학문, 도덕이나 윤리, 또는 대인관계 등에 대해 아주 능숙하고 똑똑해 보인다는 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정부와 운영 기관들에 의한 교육 및 사회 체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까지만 보면 제가 소설에나 나오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해 묘사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정말 현실에서 살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는 순간들도 분명 있습니다.


비록 제가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그리고 제 친구들이 한국인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미묘하게부터 아주 공공연하게 느껴졌던 인종차별을 토로하곤 합니다. 물론 한국 사회는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사회에 발을 내디디고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허용하고 지원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이 부정적인 특성 하나가 한국 사회의 수많은 장점을 모두 가리지는 않지요. 제 생각에 이 문제는 완전히 근절될 순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건 국가주의와 우월성, 그리고 낯선 자를 경계하는 방어 기제 등을 연관시키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알코올 중독도 사회에서 제대로 다뤄져야 하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있는 사람들을 무시하지 말고 분명히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말한 건 사회의 어떤 사람들을 평가하거나 어떤 행동을 촉구하려던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국에서 지내는 한 외국인의 개인적인 관찰이자 감상일 뿐이죠.”



슬란 학우가 우리 학교에 진학할 것을 선택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할 것을 선택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와도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외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가고 있으니까요. 이곳은 한국의 수많은 대학교 중 가장 믿을 만한 곳이었어요. 이곳의 명성, 특히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에서의 유명세를 익히 들었죠. 공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외국인 학생에겐, 시설, 미래 전망, 그리고 훌륭한 교수진 등이 학교를 선택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됩니다. 이 말고도 많은 것들이, 통계와 재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곳에서 매일 증명되고 있죠. 그 학생 중에 제가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학문 중, 루슬란 학우가 공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답하기 전 저는 정말 인문학 및 다른 분야들의 모든 전공을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긴다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고, 실용적·학문적 경력을 쌓을 수 있으며,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학문이 바로 공학이라고 생각해요. 이공계 학문 중에서도, 자연과학은 전공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지요. 게다가 의학이나 다른 연관 분야에 대해서는 전 그렇게 똑똑하지 못해요. 그래서 공학 계열에 종사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 되었죠. 자연과학도 정말 공부하고 싶었지만, 순수 학문적인 접근이 가장 중요시되는 직종에는 제가 완전히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는 자신의 선택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공학을 선택한 것은 확실히 옳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공학은 다양한 자연법칙과 과학 공식으로 만들어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자연과 과학의 법칙들은 우리의 삶을 더 멋지고 쉽게, 또 편리하게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서, 온갖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죠. 그리고 그 방법은 미신이나 마법이 아닌, 자연과학에 의한 공학적 접근이 될 겁니다.”


우리 학교의 다양한 공학 전공 중, 그는 기계 공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제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은 기계 공학입니다. 제가 이 전공을 선택한 건, 아주 복잡하고 섬세한 도구와 기계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고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예요. 기계 공학의 실현은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루어지니까요.”


공학은 어렵고 복잡한 학문이지만, 루슬란 학우는 언제나 즐겁게 학업에 임하고 있다.


“삶은 늘 쉽지 않고, 어떤 분야든 피와 땀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죠. 공학은 특정한 문제에 접근하는 데에 체계적·수학적 사고를 굉장히 많이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적에 알맞은 합리적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것뿐만 아니라, 학문에서의 어떤 개념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필요할 때 그 개념을 적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검토하고 공부해야 하죠.”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잘 이뤄지고 있어요. 교수님들은 저희를 열성적으로 도와주시고, 조교님들도 학생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죠. 강의실과 도서관은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분위기를 띠고 있어요. 성균관대는 공학 분야의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옳은 방향으로 공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어요.”


루슬란 학우에게 성균관대에서의 하루하루는 놀라움과 행복으로 가득하다. “전 이곳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온 친구들과 존경하는 교수님들을 만났어요. 그들과 소통한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 있고 소중합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즐거우므로 가장 특별했던 기억을 하나만 꼽을 수가 없어요.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게 토론할 수 있어요. 정말 멋진 순간이죠. 성균관대에서의 생활은 제게 축복과도 같아요. 이 생활이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이곳에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제가 더 멋진 일을 하게 되고, 기존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성균관대에서의 시간은 제가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는 자원이 될 겁니다. 그래서 전 지금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게 느껴져요. 물론 아주 작고 보잘것없겠지만, 제 경험과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이 학교와 공학 계열 학부가 더 발전했으면 합니다. 한국에서는 만사가 제 뜻대로 이루어지진 않을 것 같지만요(웃음), 제가 한국에서 하고 싶은 건 아주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 전공과 직업을 더 공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겠죠. 한국에서 기술자로 일하게 된다면 정말 멋질 거예요. 취업하게 된다면 제가 학교에서 공부한 것들을 실제로 경험하고 제 전공 지식을 더 넓힐 수 있겠죠. 계속 학습하고, 그 분야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며 제 지식과 업무 능력도 발전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제가 지금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야 이것들이 가능하겠죠! 그래서 늘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답니다.”



“유학을 고민하는 외국인 학생이 있다면, 이곳 한국에서 공부하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한국의 공부 분위기에는 경쟁의 구도가 강해요. 힘들긴 하겠지만, 이런 분위기는 누구에게나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일 겁니다. 한국의 학업 분위기는 학생을 격려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죠. 그래서 학생들은 교실, 더 넓은 개념으로는 학문 분야에서 배우는 개념을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에서 지내고 공부하며 당신은 한국 생활을 경험하고 한국 사람들과 소통함으로써 삶과 경험, 그리고 사고방식에 대한 관점을 넓힐 수 있게 될 겁니다. 성균관대 학생으로서 저는 이곳에 지원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성균관대의 잠재력과 학문적, 개인적 경험의 발전 가능성만으로도 이곳에서 공부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하고, 늘 새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이며, 삶의 모든 것에 질문하세요. 당신이 대우받고 싶은 대로 모든 사람을 대우하세요. 그리고 과학과 과학자들도 존중해 주었으면 합니다. 당신의 부모님도요. 감사합니다.”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고찰하고자 하는 루슬란 학우. 그의 성균관대에서의 하루하루가 지금껏 그래왔듯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