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온 한지혜
Gabriela Morales Florez 학우

  • 483호
  • 기사입력 2022.01.13
  • 취재 박정원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 조회수 7512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한풀 꺾이는 듯 보이던 감염병은 새로운 형태로 우리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자세는 대책 없는 낙관이 아닌, 우리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길을 열고자 하는 의지다. 오늘 만나볼 학우는 그런 선구자적 자질을 지닌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스페인에서 온 Gabriela Morales Florez, 한국 이름으로 한지혜 학우를 소개한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가브리엘라입니다. 한국 나이로 23살의 스페인 학생이에요.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생명과학과 융합생명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어요. 주된 취미는 공부, 독서와 춤입니다.


▶ 학우님의 고향은 어떤 곳인가요?

저는 스페인에서 왔어요. 유럽 동부에 위치하고, 유명한 축구팀으로 널리 알려진 나라예요. 종종 사람들이 저에게 레알 마드리드를 지지하는지 묻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좋은 날씨와 해변, 밝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으로도 유명해서 겨울에 방문하기도 좋아요. 저의 고향인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반도의 중심에 있어요. 가장 중요한 스페인 은행과 기업들의 본거지이면서 풍부한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죠. 고풍스러운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드리드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은 정말 흥미로워요. 그란 비아, 푸에르타 델 솔, 시벨레스 광장 등의 장소를 찾아보길 추천해요.



▶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거의 2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한국에 온 이유에 대해 여러 번 질문을 받았어요. 문제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데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는 점이에요. 저는 K-POP을 통해 알게 된 후 한국에 왔어요. 하지만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자 풍부한 문화, 맛있는 음식, 그리고 기술 도시들을 발견할 수 있었죠.  한국은 모든 국민들이 하루하루 더 나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식, 혁신과 진보의 장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저는 과학을 공부할 대학을 찾아본 후 학부생으로서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어요. 한국에는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세계적인 대학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전 그중 하나에 운 좋게 들어간 것이고요. 그래서 몇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후에 이곳에 와서 저의 경험을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었어요.


▶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알려주세요.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첫인상으로는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어요. 바로 ‘다채롭다’예요. 유럽의 거리는 단색인 경향이 있고 강렬하기보다는 신비한 분위기에 가까워요. 하지만 한국은 한복과 궁궐에서부터 서울 거리에 걸린 식당과 가게의 간판들까지 모든 풍경에 색상을 담고 있어서 놀라웠어요. 한국의 구석구석마다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흥미로웠고, 저를 더더욱 탐험하고 싶게 만들었어요.


▶ 성균관대학교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입학한 사람으로서, 대학생활이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아요. 한국에 와서 대학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저는 방에 틀어박혀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고 아쉬웠지만 이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해주려는 성균관대의 노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나고 저는 이곳에서의 삶을 즐기면서 감사하게도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어요.



▶ 현재 전공과, 그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생명과학과 융합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중이에요. 이 분야를 공부하려는 결심은 사람들을 도우려는 열망에서 비롯되었어요. 저는 질병의 치료나 약물, 백신 등의 발견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이다음 유행병은 훨씬 더 빠르고 쉽게 억제되기를 바라요. 현재 저는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학부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주제로 발표하셨나요?

작년 11월에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했는데 운 좋게 동상을 수상했어요. 매일 등굣길에 포스터를 여러 번 봤지만 그렇게 신경 쓰진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에 포스터를 읽어보고는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주제는 '팬데믹과 나'였는데,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경험을 떠올리게 됐어요. 저는 팬데믹 경험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것이지, 실제 결과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내용으로 발표를 준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팬데믹 자체가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들이 불행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를 탓하는 한 소녀를 연기했어요. 그러던 중 그녀는 인생에서 진정한 팬데믹은 바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외부 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퍼지면서, 행복하게 살고 밝은 면을 바라보는 능력을 없애버린 거죠. 그리고 나서 그녀는 태도를 바꾸려 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진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 한국어와 스페인어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스페인어 원어민으로서 한국어와 스페인어는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페인어는 사물을 독립적인 실체로 받아들여 세계를 설명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한국어는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를 통해 설명하고 기술하려고 해요. 저에게 한국어는 감정과 생각이 정교하고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는 언어로 보여요.


▶ 외국에서 온 한국어 꿈나무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딱 하나만 조언을 드릴게요. 한국어를 배우세요. 아무리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한국을 내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줘요. 저는 한국을 아는 것이 특히 우정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미래를 위해 한국에 머물면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영국, 독일, 스위스, 미국처럼 유명한 나라의 대학을 가지 않느냐고 묻지만, 저는 항상 한 구절이 기억나요. “길이 난 곳으로 가지 마라. 길이 없는 곳으로 가 너의 발자국을 남겨라.” (-Ralph Waldo Emerson) 저는 한국에 제 발자취를 남기고 싶고, 모두가 사랑하는 나라로 만드는 걸 돕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