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원 교수의 건축 오디세이
1편에 다 싣지 못한 인터뷰 ②

  • 492호
  • 기사입력 2022.05.31
  • 취재 임찬수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2564

[편집자주 : 이글은 5월 4일 인사캠에서 이중원 교수를 만나 그의 책 『건축 오디세이』에 관한 인터뷰를 한 내용의 연장입니다. 이 한권의 책에 다 싣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고 이중원 교수가 직접 스케치한 그림이 놀랍습니다. 자신을 건축개미에게 물렸다고 말하는 이중원 교수. 책속에만 숨겨 두기 아까운 그의 스케치 그림을 이 한권의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감상해 보세요.]


▲ 그림 1. 1893년 시카고 박람회장 조감도


◈ 책에서 언급한 건축의 7가지 키워드 중 ‘혁신, ‘흐름’, ‘수변’을 강조한 이유


혁신은 보스턴 켄달 스퀘어의 바이오테크놀로지 생태계를 조사하면서 우리 도시도 이처럼 미래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비롯했습니다. 대학과 기업이 힘을 모아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그곳의 군집 방식과 작동 원리를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흐름은 뉴욕의 길을 걸으면서 들었던 궁금증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서 얻은 지혜입니다. 맨해튼섬에는 동서 방향의 스트리트들이 아주 많은데, 왜 유독 14번, 23번, 34번, 42번, 59번 스트리트들이 다른 스트리트들에 비해 활기가 넘치고 지속적으로 번영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번영의 조건이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도로들 동서양 끝단에 뉴저지와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나루터들이 있었습니다. 34번과 42번 스트리트에 20세기 초반에 펜스테이션과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 기차역들이 들어오며 더 번영하게 되었지요. 흔히 말하는 역세권이 된 것이죠. 다른 도시와 연결이 완성되면 흐름이 발생합니다. 신문사가 생기고, 백화점이 생기고, 호텔이 생기며, 광장이 들어서죠. 그러면 번영의 상승작용은 더 회오리를 칩니다. 최종적으로는 은행과 대기업 본사가 들어오며 고용을 창출하죠. 밴더빌트와 모건과 록펠러와 포드가 만든 흐름은 뉴욕 경제, 더 나아가 미국 경제를 주도했죠.


저는 미래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하고, 이를 알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도 듭니다. ‘기존 도시에 흐름의 네트워크를 좀 더 스마트하게 새롭게 구축한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번영 조건으로서의 21세기 흐름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합니다.


구체적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대선을 하면서 수도권 GTX가 높게 부상했었습니다. 현재의 GTX 노선도는 개인들의 아파트값 상승에 관심이 모아져 있고, 예산을 인가해주는 국회의원들은 어쩔 수 없이 표심을 따라 노선도를 그리는데, 이보다 더 나은 GTX 노선은 없을지 질문 해야 합니다. 저는 GTX는 브레인 파워 밀집지구(대학과 병원과 IT 연구단지)와 제조업을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변의 중요성은 시카고를 통해 얻었습니다. 시카고는 미시건호수의 호반의 녹지공원이 시카고강 강변의 마천루 군집으로 아주 근사하게 이어진 점을 보고 하천이 많은 우리 도시에도 수변을 더욱 살려 도심과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 그림 2. 판교테크노밸리에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사옥 내부



◈ 책을 쓰게 된 이유


저는 실무 건축가로 보스턴에서 활동하다가 학교에 전임교원으로 부임해서 논문을 쓰는 훈련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책으로 세상과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정년까지 약 27년 정도가 남았으니 3년 간격으로 미국 도시를 하나씩 소개하면 그 수업에서 다뤘던 7개의 미국 도시를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정리할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출판부에서도 우수도서 발굴 사업을 하고 있었고요. 그렇게 해서 시작된 저술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도 수변을 공공으로 사용하는게 가능할 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강은 휴먼 스케일화하기에는 폭이 너무 넓으니 변곡점이 아닌 곳에 일부 인공 섬을 강 가운데 지어 그 위에 오페라하우스나 박물관이나 도서관을 지어 보행 브리지로 도시와 연결하면 좋겠습니다. 한강의 폭을 일정 구간에서 보행 스케일로 다운하면 자동차 중심의 한강수변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한강수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책에서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왜 우리의 수변은 도로와 아파트 일색이냐 하는 점입니다. 왜 한강이라는 훌륭한 수변을 도로가 막아야 하고, 아름다운 조망권은 사유화 되어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를 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영종도와 같이 새로 짓는 해변 신도시도 서울과 패턴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해변에 고속도로부터 짓습니다. 그리고 고속도로 이면에는 아파트를 짓고요. 그래야 토지를 팔아야 하는 건설업 입장에서는 토지 분양과 아파트 분양률이 올라가겠지만, 보행성은 떨어지고 도시와 수변은 단절되고 수변 조망권은 사유화 되는데 왜 이를 반복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건축 오디세이』에서 시애틀 수변과 밴쿠버 수변을 대조했습니다. 전자는 수변에 고가고속도로를 설치한 반면, 밴쿠버는 보행 중심의 수변을 만들었지요. 시애틀은 최근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이 고가 고속도로를 철거하고 지하화했습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 수변과 도시를 다시 연결했습니다.  


그림 3. 시애틀 수변과 밴쿠버 수변. 전자는 고가 고속도로가 수변과 도시를 단절했고 후자는 녹지 및 레저 시설로 세계적인 수변을 만들었다.


시카고 수변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번햄이 시카고플랜을 쓴 것이 1906년도 입니다. 그 후, 125년간 천천히 진화시켰고 앞으로 또 수 세기에 걸쳐 수변을 더 발전시킬 것입니다. 저희도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세대에 하나씩 조금씩 수변을 고치다 보면 언젠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변을 우리 도시도 소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건축이 쉽게 없애고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보니 잘못됐더라도 이미 세워진 건축을 고치기 어려울것 같아요. 이 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 건물 유형이 아주 많지만 단순히 생각해서 크게 분류하면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대로변에 있는 고층 아파트 주거 건축이고요, 둘째는 대로 이면에 있는 저층 골목상권 근생 건축입니다. 전자는 콘크리트라 문제이고요, 후자는 벽돌 연와조라 문제입니다.  


콘크리트 구조의 가장 큰 적은 겨울에 추워서 물이 얼음이 될 때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물이 얼음이 될 때 부피가 팽창하는데 이 변화로 콘크리트는 금이 가고, 철근은 끊어집니다. 겨울이 혹독히 추운 우리나라에서는 골조인 콘크리트를 단열재 외부에 노출하는 제물치장 기법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패딩점퍼를 입듯이 단열재로 콘크리트를 칭칭 감싸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외기에 노출시키고 있는 셈이죠. 저희 아파트는 모두 콘크리트 벽 안쪽 방에서 단열재를 부착하는 내단열 시스템이지 콘크리트 골조를 감싸는 외단열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로 인해 아파트를 짓고 30~40년이 지나면 콘크리트 벽에는 금이 가 있고 수도를 틀면 녹물이 떨어지고 복도 페인트는 벗겨지고 노출한 파이프는 동파하는 것이죠. 그러니 100년을 못 쓰고 부수고 재건축하려고 합니다. 재건축 하면 기존 소유주는 집이 새것으로 바뀌니까 좋고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 좋지만 이를 소유하지 못한 2030에게는 진입장벽이 더 높아져 싫어합니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초기 자본이 들더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해제하여 외단열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사용 연한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안목에서 본다면 분양 세대수가 줄더라도 세대의 마감 천장고를 3미터를 의무화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개포동에 지어지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들을 가보니 마감 천장이 2.85미터인데요, 기존 2.4미터보다 높아서 좋았고요, 차후에 용도변경도 용이할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아파트 골조의 일부를 주거 기능에서 상업이나 연구 기능으로 치환해야 할 때 아주 용이할 것 같았습니다.


다음은 우리나라 골목상권의 대표 건축인 벽돌 연와조 저층 근생건축입니다. 이들은 요새 리모델링하려고 구조 안전 기술사들이 디바이스를 들이대서 측정을 해보면, 있어야 할 철근들이 많이 없습니다. 철거를 하는 것이 구조보강을 하는 것보다 수월하고 결과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골목 건축은 좀 분류 하여 완전 철거, 부분 철거, 완전 보전으로 나누어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빨리빨리 대충대충 지어진 건물까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보존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게 중에는 없는 시절에 건물은 엉망이지만, 공공가치가 있는 역사적인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보존(100% 유지) 혹은 보전(부분 유지) 할 필요는 있습니다.      


고쳐 쓰는데도 위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경복궁과 같이 모든 국민이 인정하는 국보급 문화재는 원형 보존 해야 하지만, 모든 건물이 원형을 보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을 정형외과 수술에 비유한다면 보존이나 리모델링은 성형외관 수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후자는 훨씬 섬세한 수술이라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듭니다. 하지만, 도시는 이러한 건물들의 수가 많아질 때 함부로 지울 수 없는 도시가 되고 그 도시에는 비로소 아주 먼 과거와 아주 가까운 현대가 두께감 있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림 4. 경복궁 스케치.


◈ 한국만의 건축


서울이 엄청나게 인구가 폭증 해서 난개발이 여기저기 많은데도 아직도 수려한 외관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의 도시 스카이라인을 산들이 잡아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사산과 외사산이 도시의 내경과 외경의 스카이라인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의 도시들은 미국의 평지형 도시와 다르게 산지형 도시라서 지평선은 보이지 않지만 한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점이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길에서도 길 끝이 휘어져 보이지 않을 때 호기심을 유발하듯이 우리의 도시는 산의 존재로 무한한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개별 필지들은 이형 필지들이다 보니 개별 건물들의 독립성과 개체성도 높고요.


단점은 건축법이 모든 땅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기에 참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평창동이나 구암동에 단독주택을 짓는다고 합시다. 땅이 경사지고 이형 모양의 땅인 경우, 어느 높이를 기준으로 해서 건물의 높이를 측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해서 예외가 많이 나오고 용적률 인센티브가 작동을 못할 때가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 건축은 계절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봄의 황사는 우리 건축의 외장적 특징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봄의 황사가 옥상 난간 수평면에 쌓여 부슬비를 만나면 건물 외벽을 타고 내려와 외장을 오염시킵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깨끗한 외장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죠. 그래서 물 끊기 홈 디테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선조들도 이를 알고 기와들 끝에는 막새 기와를 두어 목재 서까래를 보호했고 처마를 깊게 주어 벽과 창호를 보호했죠. 요약하면, 우리의 도시는 산과 하천의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세계적인 도시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계절적 영향을 도리어 기회로 삼아 외장을 관리하여 우리의 선조들이 전통건축으로 이룬 경지와 견줄 수 있는 새로운 현대 건축 언어를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리모델링 한 학생회관 라운지에서 보여 주고 싶었던 것들.


내부 콘텐츠는 삼성의 혁신을 상징하는 미디어 월과 아이디어 월을 넣었습니다. 이것은 김도년 처장님과 배상훈 처장님과 현장과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와중에 나온 생각들인데요,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았습니다. 최근 학생처에서 제작한 엑스 캠퍼스가 미디어 월을 통해 흐르고, 학생들이 생각을 아이디어 월에 그리며 소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과 접속하는 공동체, 구성원들끼리 나누는 학생회가 되길 처장님들은 원하셨습니다. 서로가 소통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미디어 월과 아이디어 월이 성균관의 정신인 것 같습니다.


공사 예산이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부를 장식하기보다 천장고 확보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기존 스프링쿨러 파이프와 조명을 철거하고 콘크리트 골조마감을 무광택 처리마감으로 하는 공정이 쉽지 않았었습니다. 바닥 마감은 요새 카페에서 유행하는 에폭시 마감을 했고요. 


창경궁의 돌담과 그 너머에 있는 큰 나무들을 라운지 테라스에서 감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는데, 원경의 돌담과 큰 나무들은 근사한데, 중경의 쓰레기장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화단을 두어 중경을 지우고, 원경을 끌어드리는 수법을 썼습니다. 또 하나 제가 신경을 썼던 점은 금잔디 광장과 학생회관 건물 앞 도로였습니다. 경사로 코너로 차들이 커브를 하면서 건물 쪽으로 많이 붙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이격거리를 확보할까? 그래서 착안해 낸 것이 긴 계단과 처마입니다. 계단과 처마는 입구에만 짧게 있어도 되는데, 굳이 길게 만든 이유는 코너 경사가 건물 코너와 만나는 부분을 좀 더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건축은 버려진 주변 조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여 이를 지렛대 삼아 공간이 일어설 때, 가장 파워풀해질 수 있습니다.


▲ 그림 5. 병산서원. 강학공간인 입교당에서 유식공간인 만대루를 보고 있는 스케치.(학생회관을 병산서원의 만대루와 유사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함)


◈ 인상 깊거나 자신이 제일 좋아 하는 건축물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1학년 과 후배와 유럽 배낭여행을 함께 가서 프랑스 시골에서 본 작은 채플이었습니다. 당시, 저와 제 후배는 프랑스를 끝으로 6주간의 건축 답사 기행을 끝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워낙 여행 성격이 무전여행이었기 때문에 돈도 없었지만, 좀 있으면 귀국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굳이 프랑을 더 환전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건축가이드 책자(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입니다)에 채플이 Bedford 기차역 근방에 있다고 오기해서 생겼습니다. 둘이 기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는데 두 시간을 걸어도 찾지를 못하고 결국은 히치하이크해서 롱샹까지 갔습니다. 채플 앞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새벽에 문지기 아저씨가 오셨는데, 채플 입장료가 9프랑이라고 하셨습니다. 시골에 환전할 때도 없고 앞이 캄캄했습니다. 이 건물을 보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고 사정을 해서 겨우 무료로 입장했습니다. 춥고 배고팠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긴 하이킹과 노숙 때문이었을까요? 그날 3끼를 꼬박 굶고 하루 종일 그 채플로 들어오는 빛의 미세한 변화를 감상했습니다. 동틀 무렵, 동쪽의 태양은 작은 창 위에 있는 성모 마리아 상에 떨어지며 그림자를 만들며 바닥에 있는 십자가와 포개졌습니다. 오전 동안 태양은 남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정오가 되자, 빛은 남쪽에서 벽을 때렸습니다. 남쪽 벽은 아래가 3.6 미터이고 위로 갈수록 1.2미터 얇아졌습니다. 이 벽은 또한 평면적으로 휘었다. 이 두꺼운 벽체에 깔때기 모양의 창을 통해 어떤 창에서는 빛이 모아지고, 어떤 창에서는 빛이 흩어졌습니다. 그 창들 사이에는 스테인드글래스가 있었고요. 여러 빛깔의 빛이 어디에서는 작게, 어디에서는 크게; 또, 어디에서는 모아지고, 또 어디에서는 흩어지며 빛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저는 그날 처음으로 벽은 기능적인 방의 분할 뿐만 아니라, 빛과 기하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킬 수도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어떤 책이나 교수님들의 강연보다 현장에서 강렬하게 건축을 대면한 셈이죠. 미국 근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이런 순간을 건축 개미에게 물리는 순간으로 한 번 물리면 다시는 물리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죠. 저는 그날 그곳에서 건축 개미에 물렸습니다.


▲ 그림 7. 롱샹성당 외부와 내부


☞ 건축 오디세이 : 다가가는 건축, 질문하는 건축 (클릭하시면 1편을 볼수 있습니다)